공자에 의해 제시된 서(恕)는 체험주의적 해석에 의하면 행위의 선택 과정에서 도덕적 상상력(moral imagination)을 활용하라는 주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할 때, 서 속에 내재된 상상적 추론[推]이 원천적으로 오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장자』의 ‘혼돈칠규(混沌七竅)’라는 우화는 이런 가능성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장자』의 우화는 서를 일회적이고 비가역적인 상황 속에 몰아넣음으로써 지속적 실천과 반성을 동반하는 교정 과정 자체가 서의 의미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 도덕적 상상력으로서의 서와 『장자』의 비판을 고려할 때 얻게 되는 결론은 서란 모든 상황에 대해 타당한 도덕적 해답을 제시하는 유일한 원리가 아니라는 평이한 사실의 확인이다. 그것은 원리적인 측면에서 오류가 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 실천을 통해서 자기 수정을 필요로 하는 개념이다. 오히려 이런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란 자신의 정당성을 위해 초월적 조건을 가정할 필요가 없는 우리가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 구사하기에 적절히 구성된, 유학이 여전히 권장할 만한 행위 원칙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