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천인심성합일지도(天人心性合一之圖)에 나타난 구석진 여백의 성리학적 의미에 대한 체험주의적 탐구이다. 이 탐구의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째, 이 그림의 한쪽 구석에 나타난 여백에 대한 질문을 출발점으로 해서 이 그림의 의미론적 구조가 다수의 개념적 은유들의 복합이라는 사실을 밝히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 글이 주제화 하고 있는 구석진 여백이 결국 어떤 개념적 은유의 비언적 표현을 명료하게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의 결과임을 드러내려고 한다. 둘째, 바로 이 글이 행하고 있는 이와 같은 작업이 최근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는 한국철학의 새로운 개념어로서 ‘도설학’ 혹은 ‘도상학’이 요구하는 ‘도설해석학’이나 ‘도상해석학’의 한 가지 대안적 사례일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려고 한다. 만일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면 체험주의적 분석은 「천인심성합일지도」에 대한 개별적 분석을 넘어서 한국유학에 광범위하게 유포된 5,000여장의 그림[圖]를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의미론적 구조를 해석해 낼 수 있는 유일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수용 가능한 하나의 대안적 방법론이라는 점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