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공자가 제시한 서(恕)를 잔인함에 맞서는 유가적인 삶의 양식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이 논의는 서로 다른 지적 배경에서 흩어진 채로 나타나는 독립적인 논점들을 공자의 서에 대한 이해와 연결시킨다. 첫째, 로티(R. Rorty)가 제시한 철학적 캐릭터로서 자유주의자의 근본 특성은 ‘잔인함을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으로 간주한다’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둘째 권근의 「천인심성합일지도」 속에 나타난 ‘잔인함이 인을 해친다’는 구절이 함축하는 인과 잔인함의 상관관계가 로티의 논의와 연계된다. 셋째 노양진이 제시한 ‘나쁨의 윤리학’이라는 낱말이 도덕 이론에 갖는 시사점이 검토된다. 이 세 가지 논의의 축을 중심으로 나쁨의 윤리학이란 관점에서 볼 때 잔인함에 대한 거부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고 흔히 언급되는 서의 원형적 의미를 이루고 있으며, 잔인함이란 윤리적인 의미에서 나쁨이란 범주의 핵심을 이룬다. 결론적으로 공자가 유가 규범 이론의 역사에 기여한 핵심적 내용 가운데 하나는 인간적인 나쁨의 원형으로서 잔인함으로 범주화되는 삶의 사태들에 맞서는 유가적 삶의 양식을 발명하고, 그것을 서라고 명명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