表象(representation)은 어떠한 문화가 자기의 입장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쓰이는 이미지이며 하나의 문화가 자기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한 행위이다. 그것들은 상당 부분 문화의 틀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表象文化라는 것이다. 에도시대에 있어서도 그 표상들은 매우 개별적이며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이유와 함께 문화에 의해서 구축된다. 따라서 무사의 표상, 초닌(町人)의 표상, 그 어떠한 표상이든 그것은 문화행위에 의해서 창조된 것이지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다. 추신구라(假名手本忠臣藏)는 그에 앞서서 나온 아코사무라이(赤穗浪人)의 복수담 이야기에 근거하여 새로운 해석과 취향을 고안, 당시 에도문화를 꽃피웠다. 에도시대의 서민들은 복수사건에 자신들의 감정을 이입하고 마음도 기댈수 있는 고전적 권위를 무의식적으로 늘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의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서 발언한다는 것이 점점 구차해지고 또한 그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던 에도 서민들의 정신이기도 했을 것이다. 추신구라의 변형이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는 것도 그러한 점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본고의 연구대상인「忠臣藏物」의 게사쿠(戱作) 또한 그러하다. 에도게사쿠(江戶戱作) 중에서도 특히 기○시(黃表紙)는 추신구라를 글쓰기를 새롭게 지각하도록 반재현성을 겨냥했다. 기○시의 문학사적 의의는 여러 측면에서 논의가 가능하다. 대화성, 자기반영성, 비평성, 문학사적 발전의 동인, 관계로서의 텍스트성, 독자중심의 수용적 특성, 유희성, 예술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본고의 중심 텍스트인「忠臣藏卽席料理」에서는 패러디가 지닌 반재현주의와 창조성에 대한 회의라는 관점에서 가장 본질적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기사회생의 추신구라로서 자리잡아 온 권위는 그렇게 쉽사리 무너질 정도로 나약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당시 문명비평의 입장에 서있기도 했던 게사쿠 작가(戱作者)들은 그 거대한 작품을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질 안 했다. 그들은 하나의 유희감각이기도 한 게사쿠 정신으로써 추신구라에 대한 기존의 인식 덩어리를 산산히 부숴 버렸다. 이처럼 기○시는 선행 텍스트를 빌어 표상의 한계와 선행 텍스트에 깃든 권위를 되돌아보게 하는 자기반성적 형식인 것이다. 현실과 유리된 언어적 유희나 빗대기, 현실 문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기대지평의 전환(본고의 경우,「추신구라의 새로운 지평」), 기존 작품에 대한 파괴 등의 제반 양상은, 문학이 현실을 반영해 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게사쿠 작가의 작업에서 흔히 보이는 특성들이다. 이런 특성들을 통해 게사쿠 작가는 문학이라는 허구의 공간 속에서 자유를 경험하고 새로운 창작에 활력을 부여해 다이내믹한 表象空間을 구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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