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용의 『의산문답』은 북학사상에 관한 최초의 철학적 안내서였다. 17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조선의 호락논쟁(湖洛論爭) 중 인물성동이론(人物性同異論)은 인성(人性)과 물성(物性)에 관한 담론이었다. 인물성 담론에서 추론된 인성과 물성의 본질과 관계에 관한 인식은 단지 인물성(人物性) 담론에 머물지 않고, 중화와 이적의 본질과 관계에 관한 인식의 준거로도 활용되었다. 『의산문답』의 인물성담론도 마찬가지였다. 『의산문답』은 ‘인물균(人物均)’과 ‘자법어물(資法於物)’ 두 개념을 중심으로 인성과 물성의 본질과 관계를 설명하고 ‘인물무분(人物無分)’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인식은 중화이적 담론에서 ‘화이일야(華夷一也)’와 ‘용하변이(用夏變夷)’ 두 개념을 중심으로 중화와 이적의 본질과 관계를 설명하고, ‘내외무분(內外無分)’이라는 결론을 추론하는 데 활용되었다. 청나라 천명론과 청나라 중화론은 이런 바탕에서 탄생했다. 『의산문답』은 인성과 물성을 차이와 균등, 변화와 상호지향성의 관점에서 이해한다. 차이와 균등이란 인과 물은 몸의 구성요소나 생성조건이 동일하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덕목은 균등하며, 지각능력에서는 물이 결여되었고 실용적 능력에서는 인이 부족하다는 관점이다. 변화와 상호지향성이란 인과 물이 서로의 뛰어난 자질을 배워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극복해 왔다는 관점이다. 호락논쟁의 학문적 기원인 『주자어류』는 위계적 관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인과 물은 분리되어 있으며 상호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라고 믿는다. 동시에 인간만 완전하고 물은 결여되어 있다고 믿는다. 『의산문답』은 영향론적 관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인과 물은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지향적이고 보완적 관계라고 믿는다. 동시에 인간과 물은 서로에 의해 각자의 결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위계적 관점과 영향론적 관점은 『주자어류』와 『의산문답』의 거리인 동시에 성리학과 북학의 거리다.
한림대학교 태동고전연구소 [THE TAEDONG CENTER FOR EASTERN CLASSICS]
설립연도
1963
분야
인문학>한국어와문학
소개
연구소는 한국 및 동양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하여 한문연수를 통한 연구인력 양성과 연구사업수행을 목적으로 한다. 연구소는 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교육사업으로 한문연수과정을 개설하여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고전문헌의 조사연구정리 학술지간행 고전번역출판 학술발표회개최 국내외연구기관과의 교류사업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