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호남지역에서 활동했던 裕齋 宋基冕의 시세계를 고찰한 것이다. 세계의 고찰에 앞서, 먼저 유재의 글에 나타나는 문학에 대한 정의, 그리고 詩, 詩語에 대한 그의 견해를 살핌으로서 시 창작상의 기본 관점을 점검하였다. 유재는 표현 형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미 내용을 중요시했다. 이는 내용상 詩想의 전개가 자연스러우며, 창작의 면에 있어서는 지나친 典故의 사용, 難澁한 시어 구사 등의 폐단을 보이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다. 또한 문장학습에 있어 가까운 시대의 것을 학습하고 점차 윗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當代的 문화 풍토의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본고는 유재의 시를 ‘强暴한 世界의 陰影과 高潔한 自我’라는 주제 아래, 세 범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유재의 시를 관통하는 기본 정신은 ‘憂時憂道’, 즉 국권을 상실한 시대의 아픔과 쇠락해 가는 斯道에 대한 우려라 할 수 있다. 문학작품의 주제와 분위기가 時運과 상응한다는 전통적인 논의를 유재의 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유재의 작품에 이 같은 아픔이나 안타까움이 스며있음에도 불구하고, 표현상 그것이 과도한 정서의 노출이나 감정 과잉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유재의 작품에는 공허한 독백이나 자조적인 탄식으로 흐르는 작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유재의 의식에 强暴한 세계의 음영이 드리워져 있기는 하지만, 그것에 압도되지 않는 高潔한 自我가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시름에 매몰되지 않고 자아의 결연함을 보여주거나 내면의 슬픔을 정제하여 품격있는 정서로 드러내는 것은 유재 시의 장점이다. 세계의 어두운 그림자가 고결한 자아의 영역에 한발짝 더 드리운 지점에서의 세계와 자아 간의 미묘한 긴장 관계, 여기에 평야지대의 자연지리적 특성과 관련한 이미지의 결합에서 유재시의 예술성, 서정성을 조심스레 전망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