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들에게 여행이란,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움을 재충전하거나 기분전환을 위해 국・내외로 자유롭게 떠나는 자발적이고도 능동적인 행위이자 창조적인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과 달리 교통을 비롯해,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았던 만엽시대 사람들은 여행을 어떻게 인식했으며, 그들이 체험한 여행을 어떻게 시적서정으로 형상화하였는가를 만엽집의 노래를 통해서 고찰해 보고자 한다. 만엽시대는 인류 역사의 발달과정을 보면, 주거지를 옮기면서 생활하던 오랜 수렵・채집의 시대를 지나, 정주생활을 하게 되는 농경시대다. 그러나, 농경시대의 여행은 국가 등의 공권력에 의해서 비일상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만엽시대는 중앙집권적인 국가체제의 전개와 더불어, 관인들의 지방부임, 서민들의 조・용・조 납입을 위한 도・농간의 왕래도 빈번하게 행해지고, 사절단의 해외여행이 행해지던 시대였다. 만엽시대 사람들은 여행을 「다비: 旅」라고 했다. 훈 가나(訓假名)인 「旅, 客, 去家, 羈」를 통해서, 여행의 의미를 알 수 있다. 「去家」의 용자에 의하면, 「다비」는 집(家)을 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다비는 「자기 집을 떠나, 말을 타고 떠돌거나, 다른 곳에서 머무는 나그네 길」이다. 하지만, 일반백성의 여행은 대부분 걸어야하는 도보여행이고, 말을 이용하는 「羈」의 여행은 일정한 관리이상의 여행에 국한된 것으로 생각된다. 천황의 명령에 의한 다비는 강제적이기에, 「천황의 명령이 지엄하기에」라고 하는 상투적인 표현이 등장한다. 이 「천황의 명령이 지엄하기에」는 지방관으로 파견되는 관인의 심정, 당나라와 신라로 파견되는 견당사와 견신라사인들의 심정, 강제 부역에 동원된 노동자의 심정, 강제로 동원되는 사키모리(防人)들의 심정 등을 노래하는 여행가에 사용되고 있다. 성덕태자의 전설가에서는 여행을 「客」으로, 여행자 즉 나그네를 「旅人」으로 표기하고, 「다비(たび)」와 「다비토(たびと)」라고 읽었다. 이 「客」은 집을 떠난 상태 즉, 「나그네 길」을 의미한다. 특히 집에서는 사랑하는 아내의 팔을 베개 삼아 공침(共寢)하지만, 여행은 「사랑하는 아내의 팔베개를 할 수 없는 나그네 길」이다. 태자의 전설가에는 성덕태자와 나그네가 등장한다. 태자는 출유 중이고, 고향을 떠나와 길가에 쓰러져 죽은 나그네는 여행 중이었다. 태자는 스이코천황(推古天皇) 하에 섭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천황과 같은 통치자 반열에 있다. 그러므로, 태자는 지방(國)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고, 천하를 다스리는 천황과 같은 통치자이기 때문에, 야마토를 넘어 다른 지방으로 출유를 해도 이를 여행으로는 볼 수 없고, 통치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태자의 출유에는 고통스럽고 힘든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軍王의 견산작가(見山作歌)를 비롯해, 만엽집의 행행 종가가(行幸從駕歌)에서 보듯이, 천황의 행행에는 가인(歌人)들이 따르고, 토지랑 천황을 찬미하는 노래를 만드는 것이 통상적이다. 견산작가는 실질적으로 다비라고 하는 詩語를 사용한 萬葉 최초의 旅行歌라고 하는 문학사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다. 또한, 천황이 야마토를 떠나 다른 지방으로 출타하는 통치행위를 행행이라 하고, 그 행행에 종가하는 신하의 출타를 다비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 구성은 「집(家)」 와 「여행(旅)」이 대비하고 있는 여중비가(旅中悲歌)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지방관으로 떠나보내고 고향에 남은 사람들은 그의 무사귀환을 위하여, 침상에 齊瓮을 꽂는 주술과 임지의 지신(地神)에게 기원하는 풍속을 엿볼 수 있다. 관인의 노래임에서도 다비의 마쿠라코토바인 구사마쿠라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관인들의 여행도 일반 백성 못지않게 힘들고 고달픈 여행인 것을 엿볼 수 있다. 筑前의 国守인 야마노 우에노 오쿠라(山上憶良)는 05/0880歌에서 皇都를 떠나 오랜 시골생활에 황도의 풍류를 잊었다고 노래하고, 05/0882歌에서는 자신을 돌봐준 상사에게 황도로 불려줄 것을 간청하는 맘을 노래하고 있다. 「柹本朝臣人麻呂見香具山屍悲慟作歌一首(03/0426歌)」에도 행로사인(行路死人)을 보고 노래를 부른 「가키노 모토노 아소미노 히토마로(柹本朝臣人麻呂)」의 관인으로서의 여행과, 노래 속에 등장하는 행로사인의 여행이 있다. 관인으로서의 가키노 모토노 아소미 히토마로는 행로사인들이 쓰러져 있는 그곳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하여 통과의례로서 행로사인가를 부른 것으로 보아, 관인들의 여행도 행로사인 못지않게 고달프고 힘든 여행이었던 것이다. 일본만가(05/0794)에도 세 개의 여행이 있다. 천황의 지엄한 명을 받고 쓰쿠시 지방을 다스리기 위한 다자이후에 온 남편의 여행과, 사랑하는 남편을 찾아온 아내의 여행이다. 그리고, 집을 떠나가 버린 아내의 죽음이라고 하는 여행이 있다. 농사를 짓기 위하여 집을 나와 겪는 고달픈 생활도 힘들고 고된 여행과 같다. 만엽시대의 사람들을 비롯해 수많은 고대인들이 어명을 수행과 생존을 위한 농사일을 위하여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얼마나 시달렸던가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아시아고대학회 [The Association Of East Asian Ancient Studies]
설립연도
1999
분야
인문학>기타인문학
소개
본 학회는 동아시아권역의 고대의 역사와 문화, 언어와 문학, 종교와 철학, 민속과 사회, 고고학 등에 관한 고대학 관련분야의 학문을 학제적 국제적인 협력과 유대를 통해 연구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연구의 질을 향상시키며,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학문발전과 문화교류 및 학자, 연구자, 회원 상호간의 유대와 국제적 친선을 도모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를 위하여 본 학회는 동아시아고대학에 관한 연구발표회, 학술강연회, 강독회, 학술답사, 도서출판, 학회지 발행 등의 사업을 기획하여 집행한다.
간행물
간행물명
동아시아고대학 [DONG ASIA KODAEHAK ; The East Asian Ancient Stu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