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다루려는 것은 방각본으로 간행된 ꡔ수호지ꡕ이다. 학계에 알려진 방각본 ꡔ수호지ꡕ는 “경신츈(庚申孟春)”의 간기(刊記)를 지닌 <2권2책본>과 간기가 없는 <3권3책본>이 있다. 그러나 두 종 모두 연구자들이 검토하기 어려웠다. <2권2책본>은 원본이 프랑스 파리 국립동양어대학교에 소장되어 있기 때문에 국내에는 소개되지 못했고, <3권3책본>은 영인(影印)되어 일찍이 학계에 알려졌지만 영인의 상태가 좋지 못해 판독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처럼 방각본으로 간행된 ꡔ수호지ꡕ는 원본에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에다가 이미 소개된 판본조차 읽어내기가 어려워, 두 본의 관계나 판본이 지닌 특성에 대해서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다음과 같이 논의를 진행하였다. 첫째, 먼저 실본 조사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던 방각본 ꡔ수호지ꡕ의 판본을 개관하고, 판본 간의 관계, 판본의 추가 간행 문제를 살펴보았다. 논의를 정리해 보면, 방각본 ꡔ수호지ꡕ는 경판본 <2권2책본>과 <3권3책본> 두 종으로 나뉘는데, <3권3책본>은 경판본 <2권2책본>을 적절히 <3권3책본>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안성판본이 아닌 경판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경판본 <2권2책본>은 중국원본 ꡔ수호지ꡕ와 대조해보았을 때, 전체 분량 중에서 53회에서 끝이 나는 점이라든가, “하회 분셕라”라는 마지막 구절을 통하여 추가로 간행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신문관(新文館)에서 발행한 활판본 ꡔ수호지ꡕ의 간행사를 통해서 <2권2책본> 이외에는 더 이상 간행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 방각본 ꡔ수호지ꡕ가 지닌 번역본으로서의 특징을 중국 원본과 대조하여 살펴보았다. 방각본 ꡔ수호지ꡕ는 관련 기록을 통해서 볼 때, 중국본 ꡔ충의수호지ꡕ를 저본으로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두 본을 면밀히 대조하면서 살펴본 결과, 방각본 ꡔ수호지ꡕ는 원본의 120회 내용 중에서 대략 53회까지의 내용을 축약해 놓았다. 원본에 있던 시(詩), 사(詞), 평어(評語), 삽입시(揷入詩), 편지, 상소문 등은 모두 생략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경우 비중을 감안하여 일부만 등장시켰고, 인물의 이름 또한 임의로 만들기도 했다. 번역의 양상은 원본을 크게 삭제한 부분과 원분을 비교적 충실하게 반영한 부분이 주목된다. 전자는 서사전개를 늦추는 경우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관군들을 죽이는 내용에서, 후자는 무송, 이규, 석수와 양웅의 이야기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무송의 일화이면서 독립적으로도 볼 수 있는 ‘반금련과 서문경의 이야기’는 방각본에서 자세하게 기술해 놓았다. 이러한 논의를 통하여 방각본 ꡔ수호지ꡕ의 전반적인 성격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서 방각본 ꡔ수호지ꡕ의 성격과 번역본으로서의 특성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중국 장편 연의소설이 조선에서 방각본이라는 상업출판물로 만들어 졌을 때, 어떠한 경향과 특성을 보여주는지도 확인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