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신식(申湜)의 용졸재(用拙齋)를 대상으로 비슷한 시기에 작성된 일련의 글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졸(拙)’의 의미를 추적함으로써, 그 문학적 담론화 양상을 살펴본 것이다. 고대 중국의 문헌에 나타나는 졸은 본래 졸렬함, 어리석음, 서툶과 같이 기예적 차원에서 하등한 수준을 표현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차츰 자연의 규율에 순응하는 삶의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마침내 심성론적 차원에서 우월한 가치를 지닌 개념으로 인식되었다. 진(晉)의 반악(潘岳)과 도잠(陶潛), 당(唐)의 두보(杜甫)의 시문에 나타나는 졸이 바로 그것으로, 초월․탈속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던 졸의 개념은 송대(宋代)의 신유학에 의해 다시 한 번 유학적 변용을 겪게 되는데, 학문과 수양의 측면에 국한하여 그 의의를 인정받았을 뿐, 인간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삶의 목표로 받아들여지지는 못했다. 성리학적 사유에 기반한 조선중기 문단의 풍정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으므로, 영달한 관료에게 부여된 졸이라는 명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최립(崔岦)과 홍가신(洪可臣)의 경우, 시대의 이데올로기였던 성리학의 입장에서 매우 완고하고 사변적인 방법으로 심성론적 의미를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반해 유몽인(柳夢寅)과 이수광(李睟光)은 《한비자》‧《열자》‧《장자》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유가와 도가의 분별이 소거된 무한히 긍정적인 가치가 담긴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이처럼 졸은 조선중기 문단에서 문학적 담론의 하나로 뚜렷하게 기능하고 있었으며, 각각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재해석되거나 부연되는 등 폭넓은 스펙트럼을 확보하고 있었다.
한림대학교 태동고전연구소 [THE TAEDONG CENTER FOR EASTERN CLASSICS]
설립연도
1963
분야
인문학>한국어와문학
소개
연구소는 한국 및 동양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하여 한문연수를 통한 연구인력 양성과 연구사업수행을 목적으로 한다. 연구소는 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교육사업으로 한문연수과정을 개설하여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고전문헌의 조사연구정리 학술지간행 고전번역출판 학술발표회개최 국내외연구기관과의 교류사업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