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소장된 목판본 49장본『임경업전』은 여러 장의 낙장(落張)과 보각판(補刻板)이 섞여 있어서 최초의 모습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 연세대본『임경업전』에는 ‘歲庚子孟冬京畿開板’이라는 간기가 있다. ‘歲庚子’에 대해 연구자들은 1780년, 1840년, 1900년 등의 여러 가지 설을 제시했는데, 2002년에 마쯔바라 타카토시(松原孝俊) 교수가 쓰시마(對馬島)에서『임경업전』 필사본을 발견하여 ‘歲庚子’는 1780년으로 확정되었다. 쓰시마에서 발견된『임경업전』 필사본은, 조선어 통역관으로『상서기문(象胥紀聞)』을 쓴 오다 이쿠고로(小田幾五郞)가 연세대본의 초간본을 보고 1799년에 필사해놓은 것이다. 오다가 필사한『임경업전』을 찾아낸 마쯔바라 교수는, 연세대본의 간행 시기가 1780년이므로, 조선에서 한글 방각본소설의 출판은 1780년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를 고소설 연구자들은 대체로 수용하고 있다. 필자는 이 글에서 연세대본이 방각본이 아닌 관판본(官版本)일 가능성을 얘기했다. 연세대본의 간기에 나오는 ‘京畿開板’의 ‘京畿’가 방각본의 발행소가 아닌 경기감영(京畿監營)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학계에 보고된 방각본 간행소 가운데 ‘京畿’라는 방각본 간행소는 없다. 그리고 경판본 방각본의 간행소는 모두 간행소가 위치한 지역의 동리 이름을 상호로 쓰고 있으므로 ‘京畿’라는 간행소 이름은 일반적인 경판 방각본 간행소의 이름과는 다르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