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그간 사이카쿠의 작품론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근세기 세속에서의 노(老)의 문제를 고찰하고자 한다. 인간의 본연적, 본능적 표출로서의 성(性), 세속적 영위의 물적 토대로서의 금전과 물욕, 근세봉건사회의 근간으로서의 충효와 가족제도 등에는 인간의 숙명적 현상으로서의 노(老)에 관한 집단공동체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의 파악이야말로 그간 다루어지지 않았던 근세기 일본의 사상사적 기반의 일단(一端)을 밝혀내는 것이며, 사이카쿠 텍스트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생에 있어 노(老)라는 현상은 육체의 생물학적인 노화를 동반하고 죽음을 암시한다는 의미에서 모든 인류에게 있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숙명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음은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일 것이다. 그렇지만 각 민족공동체의 종교나 민속 등에 의거한 사생관이나 세속적 영위의 특수성에 의해 노(老)에 관한 인식은 반드시 부정적인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노(老)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죽음으로 향해가는 ‘늙음’의 범주에 있는가 아니면 ‘나이듦’이라는 인간의 완성된 경지의 ‘노경(老境)’의 범주에 있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이상의 검토를 전제로 본고에서는 사이카쿠가 활약했던 근세전기 이후의‘노(老)’에 관한 문화사와 민속학의 연구성과의 검토와 더불어 사이카쿠 텍스트에 나나타고 있는 작가의 ‘노(老)’에 관한 인식과 각 작품의 주제와의 구조적 관련성에 관해 시론적(試論的) 고찰을 행하고자 한다.